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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셀비지를 구매할까? [셀비지 데님 이야기]
    column 2023. 6. 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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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셀비지를 구매할까? [셀비지 데님 이야기]

    누군가 셀비지 데님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며 셀비지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뜻들이 점점 늘어났으며

    셀비지가 고급 청바지를 뜻하는 단어처럼 번지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며 

    각자 생각하는 셀비지가 모두 다른 혼란스러운 세상이 와버렸는데

    오늘은 이 셀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데님은 너무 정답과 근본을 찾으려고 하기보단

    가벼운 흥미로 접근하는게 정신건강과 지갑사정에 좋다.

     


    '셀비지가 뭐야?'

    셀비지는 우선 self edge, self finish에서 나온 단어로 원단의 끝부분을 뜻한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원단의 가장자리'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가장자리의 붉은 스티치가 들어간 원단을

    우리는 '셀비지 원단'이라고 부르고 

    셀비지 원단으로 만든 데님팬츠를 '셀비지 데님'이라고 부른다.

    (줄여서 그냥 셀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가장자리에 붉은 스티치가 들어간 이 셀비지 원단은

    논 셀비지 원단과 무엇이 다른 걸까?

    셀비지원단은 구직기라고 불리는 shuttle loom으로 만들어진 원단이다.

    (TMI로 사진 속 TOYODA라고 적힌 직기의 도요타는 우리가 아는 자동차회사의 그 도요타이다.)

    이런 구직기의 특징 바로 self edge, self finish인데 

    한국어로 풀자면 '가장자리를 스스로 마감한다'로 풀어 볼 수 있다.

     

    사진을 보면 셔틀직기에서 셔틀이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가장자리가 마감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O98vJ8VEF4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위 영상의 후반부를 시청해 보면 된다.

    영상 속 셔틀직기는 훨씬 더 과거 방식의 직기이지만 방식은 데님을 짜는 셔틀직기와 같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셔틀의 움직임과 가장자리의 셀비지를 확인해 볼 수가 있다.

    흔히 아는 셀비지데님의 빨간 스티치는 이곳이 가장자리라는 것을 위한 표식이다.

    색상은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고 가장자리에 아에 다른 색상을 넣지 않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렇기에 롤업 했을 때 보이는 빨간 스티치는

    이 청바지가 셀비지라는 걸 증명하는 표식은 아니니 유의하길 바란다.

    구직기는 그 단어 그대로 구식이고 그렇기에 현대에 들어  걸맞은 효율을 보여주지 못한다.

    셔틀이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의 구직기는 생산속도가 느리고 

    한 번에 짤 수 있는 원단의 폭도 좁기 때문에 셀비지 원단은 논셀비지 원단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롤업 했을 때 보이는 셀비지라인을 살리기 위해선

    재단 중에 버려지는 로스분들 또한 많다.

    projectile loom

    이미 구직기를 대체하고도 남을 만큼 더 빠르고 고른 질감의 원단을 짜주는

    직기들이 세상에 나와있다. 대표적으로 porjectile loom, air jet loom이 있다

    효율성만 따졌을 때 구직기로 만든 셀비지는 오래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이런 옛날방식의 데님을 입는 것일까?

     


    '셀비지 데님의 매력'

    앞서 설명했듯이 셀비지 데님은 과거의 방식으로 만든 데님 원단이다.

     

    시대에 맞지 않게 아직도 이런 셀비지 데님을 입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과거의 청바지를 입고 싶기 때문이다'

     

    5~60년대의 리바이스나 리의 데님이 엄청난 금액에 거래되는 것은

    데님에 좀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데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과거의 데님들이 모두 셀비지 데님이기에

    자연스레 많은 복각 브랜드들이 셀비지를 고집하게 됐고

    복각에 진심인 일본의 아메카지 브랜드들의 셀비지 데님을 소비하던 많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셀비지 = 더 멋지고 근본인 청바지로 인식하게 되었다.

     

    모든 셀비지는 결국 복각의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인데

    이런 근본에 대한 갈망 외에도

     

    셀비지 데님은 특유의 슬럽(울퉁불퉁함)과 헤어리함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은 섬유의 차이도 있지만 구직기로 짜였기 때문이다.

     

    장력이 일정하지 않은 구직기로 원단은 불규칙한 밀도로 인해 슬럽이 생기는데

    과거에는 하자라고 불렀을지 모르는 이런 현상이 현대에 들어서 데님마니아들에겐

    감성으로 먹히고 있는 실정이다.

    또 셀비지 데님은 논셀비지원단에 비해

    페이딩의 느낌 또한 조금 다르다.

     

    하지만 페이딩이란 게 같은 바지여도 착용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

    사실 페이딩의 느낌 만으로 셀비지를 산다는 것은 어폐가 좀 있고

     

    아마 많은 이들이 셀비지 데님을 택하는 이유는

    역시 롤업 했을 때 보이는 셀비지 라인과

    셀비지데님이라는 제품이 주는 그 '감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셀비지가 좋을까?'

    앞의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셀비지 데님은 더 좋은 철바지를 뜻하지도

    더 고품질의 청바지를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과거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리지드 셀비지 데님은

    이염도 심하고 세탁하면 수축이 되고 원단면또한 고르지도 않은 최악의 제품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어디서 주워들은 셀비지 데님이 좋다는 말만 믿고

    덜컥 고가의 셀비지 데님을 구매했다가 크게 후회할 수가 있다.

     

    셀비지는 실용보단 감성의 영역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옷 한번 입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 돼? 하는 주의라면

    세상엔 많은 청바지들이 있으니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된다.

     

    하지만 데님 구입 목적이 페이딩인 데님 매니아라면

    역시 셀비지 데님만 한 요물(?)이 없다.

     


    '마치며'

    https://youtu.be/Ek5520fSymY

    이 글을 보고도 셀비지 데님의 대한 감이 잘 안 온다거나

    셀비지 데님이 만들어지는 더 자세한 과정을 알고 싶다면

    위의 영상을 시청해 보는 걸 추천한다.

     

    실잣기부터 염색, 직조, 재단, 봉제까지 셀비지 데님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은 완벽한 영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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