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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이 다시 핫해진 이유column 2023. 3. 27. 00:30반응형
'디젤이 다시 핫해진 이유'
한국 역사상 가장 큰 패션 커뮤니티를 꼽자면 당연 디젤 매니아일 것이다.그리고 디젤 매니아의 '디젤'은 패션 브랜드 디젤을 뜻한다.
물론 디젤이라는 브랜드의 매니아가 이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때는 어마어마한 인기와 함께, 전 세계 청바지 시장을 이끌어 갔으며
최근 들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는 브랜드.
애덤 브로디, 잭 에프론, 사만다 론슨과 함께청춘을 보낸 분들에게는 반가운 브랜드.
오늘의 이야기는 디젤이 다시 핫해진 이유이다.
'디젤의 시작'
흔히 디젤을 미국 브랜드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럴만도 한 게 디젤은 소위 '이태리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들과는
브랜드 운영이나 마케팅이 그 궤를 달리했다.
디젤은 장인 정신 마케팅 이나 소비자들과는 거리를 두는 방식이 아닌
항상 패션계의 악동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런 점을 미루어보면 사람들이 미국 데님 브랜드라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암튼 디젤은 1978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로서
그 시작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 시기에는 청바지는 워크웨어로 활용되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청년들을 위한 아이템으로 음식으로 따지면 국밥 같은 상품이었다.
디젤은 이 국밥에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더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타 브랜드들과는 차별성을 가진 데님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값싼 패스트푸드를 고급 수제 버거로 전환해 마케팅을 하듯
현대에는 꽤나 자주 보이는 비즈니스 접근법이지만,
40년도 더 전에 이런 선구안을 가진 것을 보면, 디젤의 창립자
'렌조 로소'가 얼마나 감각 있는 사업가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재밌는 접근법 만큼이나 브랜드 네임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디젤이란 이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에 넣는 디젤 연료에서 따온 것으로
'Diesel'이 가솔린 연료를 대체한 것처럼 기존 제품을 대신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렌조 로소의 유머러스한 생각이 담겨있다.
(판매하는 상품의 의미나 브랜드의 설립과 관련된 이름이 아닌
미래의 방향성만을 담은 브랜드 네임은 지금 생각해도 멋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슬로건은 ‘Be Stupid’는 바보가 되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Stupid'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용감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들은 실제로 직원을 채용할 때도 이성적인 1등 보단, 도전하고 가능성 있는 2등을 선호했다.
디젤은 차별화된 청바지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갔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위에서 언급했듯 디젤은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리며 재밌는 마케팅을 많이 펼쳤다.
그들의 첫번째 광고 ‘for successful living’은
하루에 145개피 담배를 피우는 방법, 약으로 인생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방법 등
자사 제품의 장점만을 광고하던 담배 브랜드, 의약품 브랜드를 겨냥한 광고였다.또한 브랜드 초기 가장 이슈가 되었던 캠페인 중 하나는 바로 게이 해군의 키스.
이 캠페인은 게이를 소재로한 광고 중 가장 유명한 광고라 할 수있다.
당시엔 지금보다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훨씬 부정적이었고, 이러한 시대 상황 때문에 이 키스의 파동은 꽤나 컸다.
(동성애자의 입대를 반대한 미해군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기도 하다.)외에도 디젤은 다양하고 파격적인 광고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디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지 않았다는 것인데그들은 누가 디젤의 청바지를 입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과 진보적인 메시지.그리고 청바지를 입는 사람들이 어떤 매체로
‘디젤’을 접할지를 브랜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디젤은 뛰어난 품질의 청바지를 판매했지만,
디젤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데님의 온즈가 몇인지, 어떤 방직기를 이용한 원단인지,
어느 나라에서 가져온 목화를 사용했는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떤 게 더 쿨하고, 어떤게 더 멋있어 보이는지.
사람들은 청바지를 입는 것이 아닌 디젤을 입은 것이다.
Diesel -> Deisel
디젤의 광고들은 단순 파격적이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만 연연하지 않았다.
광고 자체가 성공하기도 했는데
칸 국제 광고제 수상 등. 광고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상을 타며
단순 패션 브랜드 답지 않은 이력들을 쌓기도 했다.
참고로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주기적으로
전 세계에 파견되어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찾고,
그것들을 가져와 디젤의 컬렉션 테마를 만들어간다고 한다.-
디젤은 패션계의 악성 종양과도 같은 짝퉁을 대하는 자세도 달랐다.
가품은 법적인 문제로 접근하기 까다로운 주제일뿐더러
많은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카피될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는 인식도 있기에
가품 시장을 쉽게 제재하지 못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pqRgD5Dg4c&t=2s
창업자 렌조 로소는'이 세상에는 짝퉁이 너무 많다. 짝퉁들이 브랜드를 망치기 전에 아이디어를 내보자'
라고 했고 디젤은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바로 디젤 로고의 미국에서 짝퉁 시장으로 유명한 Canal Street에스펠링을 바꾼 짝퉁 상품 스토어를 오픈한 것이다.
Diesel -> Deisel
디젤은 짝퉁 같은 진짜 다이젤을 판매한 뒤 후에 이 사실을 밝혔는데
이때 판매된 아이템들은 나중에 리셀까지 붙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신들을 카피하는 가짜를 이용해 진짜 브랜드를 홍보한 엽기적이면서도 디젤다운 프로모션이었고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기도 헀다.
'다시 도약'
디젤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고
그 후 최근 5~6년 정도는 그럭저럭 패션계에서 잔잔하게 유지되며 이렇다 할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만 봐도 사파도, 타나즈 등 데님이 붐이었던 시기를 지나고는 언급조차 미비했고
패션 커뮤니티 디젤 매니아에는"왜 카페명이 디젤 매니아죠?"
라는 질문글들이 종종 올라왔다.그랬던 디젤이 최근 이전보다 더 핫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뉴진스 르세라핌 레드벨벳 비비 등
젊은 세대들을 이끄는 트렌드세터들의 선택을 받고유튜브에도 다양한 정보와 리뷰 영상들이 업로드되고 있다.
잠잠했던 브랜드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후에는 핫한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바로 볼드한 실루엣과 위트 있는 디테일로 사랑받는 Y/Project의 디자이너 ‘글렌 마틴스’
그가 3년 동안 공석이었던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에 부임한 것이다.천재라고 불리는 그는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했고
y/project를 잘 이끌어나갔기에 그의 이적에 많은 시선이 몰렸는데그는 대중들의 기대를 120% 충족시켰다.
우선 그가 했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로고’
로고는 브랜드의 인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브랜드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로고를 교체하는 일이 간혹 있는 편인데
글렌 마틴스는 기존에 존재했지만 잘 사용하지 않던 D로고를 디젤의 메인 로고로 사용했다.진짜 레트로의 유행이 돌아온 것인지
D로고는 시간이 꽤 지나서 익숙하지 않은 로고이지만,촌스럽지 않고 지금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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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브랜드에서 로고는 단순 프린팅 및 자수 정도로 활용되는데 글렌 마틴스는 달랐다.
D로고를 옷에 다양한 디테일에 적절하게 사용해 많은 셀럽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냈다.
컬렉션을 감상하며 가장 놀랐던 포인트는
디젤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컬렉션과 디자인에 잘 녹여내었다는 점인데
디젤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데님으로 사랑받아온 브랜드이기에
글렌 마티스는 이 데님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청바지뿐만이 아니라 티셔츠 재킷 코트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선보였고,
데님도 단순한 청바지가 아닌 다양한 디테일과 풍부한 실루엣을 활용해 만들어냈다.
여기에 디젤이 기존에 잘하던 빈티지하고 강렬한 워싱까지 더해진
23S/S 컬렉션은 감상을 추천.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항상 일반적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새로운 반항을 보여줬던 디젤이
이제는 꽤나 정석적인 방법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많은 것을 제지 않는 수트피드 반항아였다면,
지금은 조금 스마트한 느낌의 디젤이라고 해야 하나
'END'
확실히 한번 쌓아 올린 브랜드의 가치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디젤뿐만이 아니다. 생로랑, 디올, 구찌, 겐조 등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디자이너를 맞아 다시 핫한 궤도에 오르는 일을 종종 본다.
결국 그간 쌓아 올린 가치들이 도화선이 되어
그 위 불을 붙인 것이 아닐까.
어릴 적 디젤의 데님들을 선망했던 이들은
다시 핫해진 디젤이 꽤나 낯설면서도 반가울 것 같고
디젤의 과거의 영광을 모르는 세대들에겐
디젤이 트렌디한 브랜드로 입력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브랜드를 놓고도 지역, 세대,취향에 따라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데
지금의 디젤을 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디젤이 지금의 좋은 폼을 어마나 유지해 줄지
다음은 또 어떤 브랜드가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9eenGo_oOk&t=14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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